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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남겨진 사람들 유형별 소개 글 - 유령

시나리오 집 <남겨진 사람들>의 유형별 소개 글

 

이 글은 시나리오 집 <남겨진 사람들>의 시스템인 유형에 맞춰 구성된 캐릭터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시스템 상에서는 어떤 정형화된 인물상을 제시하고 있진 않지만, 시스템이 의도한바 해석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남겨진 사람들>의 세계관과 시스템인 유형이 주는 인물상의 해석 여부를 확대해서 재구성했습니다.

 

이는 캐릭터의 기준을 세우려는 시도가 아니라 유형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한 하나의 예시입니다.

 

총 네 개의 이야기로 소개될 이 이야기는

시나리오 집 <남겨진 사람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예시로서 참고가 되고

펼치고 싶은 이야기를 확장하는데 흥미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 유령

 

첫 번째는 왕국의 출정식이로군. 모두 희망을 품고 있었지.

위대한 자는 용의 힘으로 입에서 불을 뿜는 괴물을 부릴 수 있어 위대한 자가 된 게 아니야.

모두를 공정하게 대하고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약속으로 위대해졌지. 그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까.

 

그건 선택된 일부가 아니라 모두에게 정당한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었어.

 

그땐 나도 젊었군. 수행관은 새파란 풋내기였고.

하지만 그런데도 우린 자신감에 차 있었고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지.

이젠 여기 없는 친구들이 많군. 그땐 다들 너무 어렸어.

 

두 번째는 위대한 자가 동맹 왕국들의 지지를 모으려 자리를 비웠을 때야. 그의 첫 번째 자손과 연합해 방어전을 치렀을 때였군.

그 어린아이는 용의 힘이 없었지만, 지휘권을 가지고 있었고 품위를 지키며 병사들을 통솔해 고결하게 싸웠지.

모두를 공정하게 대한다는 건 말 그대로 이 왕국에 있는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는 뜻이었는지 몰라.

 

용의 힘이 없다 해도 말이지.

 

용의 힘이 없는 왕의 자손들은 대대로 난봉꾼처럼 살거나 권력의 위협으로 벗어나기 위해 은둔해서 살았지만

그 애는 그러지 않았어.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나쁘지 않았군. 우린 대의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세 번째는 숲속에서 보급선이 끊기고 우리가 고립되었을 때야. 밤낮으로 싸웠고 그놈들이 부리는 마법 야수들은 피로라는 걸 몰랐지.

 

끝도 없이 밀려드는 적들과 까마귀들이 생각나. 그놈들은 우리가 언제 쓰러지는지 지켜보고 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거기서 죽었으면 이제부터 일어날 더러운 꼴을 안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우리가 고립되었던 건 군사 통제권을 두고 자리싸움을 하고 있던 귀족 나리들 때문이었고

우리가 구출되었던 건 용의 불꽃 때문이었는데 적들과 뒤엉켜 있는 전장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용의 불꽃으로

이제까지 추방자들과 싸워 잃었던 병력보다 더 많은 병사를 잃게 됐지.

 

바로 그 군사통제권을 이임 받은 귀족 나리의 첫 번째 명령이었어.

 

우리는 성채로 퇴각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가 우리 적들과 우리의 피를 뿌려 만든 진격로는

귀족의 군대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차지했어.

 

귀족 지휘관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는군.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말이야.

 

개자식들

 

네 번째는 다 무너져가는 적의 요새를 보수한 성채가 보이는 군

그때부터 나는 이 거점의 방비와 치안을 맡았지.

 

금세 끝날 것이라 했던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은 이곳을 전쟁과 상관없는 자들까지 전쟁통으로 밀어 넣었지.

모두에게 평화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왕국 통치의 일환으로 피지배자들 사이에도 분쟁의 씨앗을 심어야 했고

추방자라는 말이 그때서부터 나오기 시작했어.

 

그림자의 숲이라 불리는 자들에 의해 도시 하나가 수몰되자 성채로 피난민들이 몰렸고

 

그림자의 숲이 용의 불꽃으로 인해 불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땅 전체를 아우르는 재앙인 마력 폭풍이 시작됐지.

 

그런데도 여전히 피난민들의 행렬은 줄을 잇고 있었어. 마치 이곳밖에 갈 곳이 없다는 듯이

 

전쟁이 끝났다는 왕국의 선포가 있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대한 자의 암살 소식을 들었지.

그때서부터 이곳의 지원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어.

 

전염병 같은 불사자들의 등장으로 왕의 동생인 고귀한 자가 원정대를 이끌고 왔지만, 정치적인 문제에 의해

왕실은 기득권 다툼이 시작되었다고 하고 물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상인 연합의 물품밖에 없었어.

다른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도적 떼가 곳곳에서 영주 행세를 하고 그림자의 숲 잔존 세력이 암약했지.

 

이곳은 말 그대로 버려진 땅이 되었어.

 

나 같이 귀족 출신이 아닌 사냥이 끝난 사냥개들의 유형지가 되어버렸지.

 

이미 세상에 없지만 위대한 자의 약속이 이행된 건 아무것도 없어. 주변을 둘러봐도 고통은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

 

내가 보기에 불사자들은 이 사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물일 뿐이야.

 

모든 계획은 계획 자체보다 어떤 이가 어떻게 이행하였는가가 더 중요하지.

 

나는 이곳에서 추방자들이 마법으로 만들어낸 질병으로 인해 그들이 고통받고 있는 만큼 고통받고 있어.

어찌 보면 고통에 있어선 공정하게 고통받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

 

달라진 건 없어.

 

피난민들은 여전히 이곳으로 흘러들고

까마귀들은 그 위를 죽음의 대리인처럼 맴돌지.

언제 숨이 끊기는지 지켜보듯이.

 

그런데 너는 대체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