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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남겨진 사람들 유형별 소개글 - 겁쟁이

시나리오 집 <남겨진 사람들>의 유형별 소개 글

 

이 글은 시나리오 집 <남겨진 사람들>의 시스템인 유형에 맞춰 구성된 캐릭터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시스템상에서 어떤 정형화된 인물상을 제시하고 있진 않지만, 규칙이 의도한바 해석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남겨진 사람들>의 세계관과 시스템인 유형이 주는 인물상의 해석 여부를 확대해서 재구성했습니다.

 

이는 캐릭터의 기준을 세우려는 시도가 아니라 유형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한 하나의 예시입니다.

 

총 네 개의 이야기로 소개될 이 이야기는

시나리오 집 <남겨진 사람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예시로서 참고가 되고

펼치고 싶은 이야기를 확장하는 데 흥미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세 번째 - 겁쟁이

 

성채는 본래 마법사들의 탑을 수호하는데 활용되었던 요새였다.

 

하늘까지 솟아있는 거대한 탑은 이곳의 환경과 기후 그리고 수많은 동포들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사용되고 있었고

해질녘 들판에서 그림자의 숲,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무역항에 이르는 대지의 기후를 조절하고 관리하던 곳이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멜리에는 부서진 첨탑의 높은 곳 위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그림자의 숲과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녀는 스승을 기억하고 있었다.

 

스승은 왕실에 발탁된 몇 안되는 수석 마법사이자 추방자였고 위대한 자를 암살하는데 가담했던 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동료 마법사의 시간 모두는 그때부터 지금이 아니라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불사자 색출대를 이끄는 정화의 손길이자 왕실에서 파견된 감찰관들이 도착했습니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협력자들의 말과 함께 두터운 문이 열리고

왕실의 문양이 있는 갑옷을 장착한 한 무리의 병사들이 그녀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마법사들이 펼치는 방어마법진은 신경 쓰지 말게, 이건 의심이 아니라 확인일 뿐이니까."

 

진실을 전하러 왔음에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힘을 두려워하던 자들은 여전히 이곳을 노려보며 마법의 징후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확인해보는 건 이제까지 계속해오던 일 아니었나?"

 

아멜리에는 그 말에 입술을 찡그러 뜨리며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괜찮습니다. 만일 수호 마법을 사용해야 된다면 저희가 아니라 혹시 모를 그림자의 숲 추적자들에게 사용하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전쟁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아군도 적군도, 그리고 서로를 대하는 방식까지 모두 다 말이다.

 

"그대는 우리에게 전할 중요한 정보와 함께 투항을 요청했다."

 

그들은 그제야 의자에 앉으며 이야기했다.

 

"그래, 그대가 충성을 바치던 그림자의 숲 반란 분자들에게서 우리에게 전할 중요한 정보라는 건 대체 무엇이지?"

 

아멜리에가 대답했다.

 

"먼저 이것부터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야 겠군요. 불사자들은 그림자의 숲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이건 우리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우린, 아니 그들은 오히려 왕실이나 상인 연합에서 사용하는 술수가 아닌가 했었지요."  

 

아멜리에는 얼마 전까지 몸 담고 있었던 그림자의 숲을 그들이라 부르는 데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허튼소리! 저런 끔직한 짓을 생각해낼 수 있는 자들은 추방자 놈들 밖에 없을 것이다!"

 

아멜리에는 다시 찡그려지는 입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침착해 보이는 감찰관이 손을 내저었다.

 

"일단 들어보자고 우린 그걸 하려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싸우면 닮아진다는데 그들도 방금 주장하신 그런 끔찍한 짓을 생각해낼 수 있는 자들은 왕실이나 상인 연합뿐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걸 일소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냈지요."

 

아멜리에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왕실의 군대와 용이 무너뜨린 첨탑들은 이 땅의 기후를 조절하던 기후 조절 장치였습니다. 그곳이 무너지자 우리 민족이 살고 있던 도시 하나가 수몰되기도 했었습니다."

 

"사견을 제해줬으면 좋겠군"

 

"사견이라, 왕실 감찰관의 귀에는 이게 사견으로 들리시는군요. 뭐 알겠습니다. 이 말을 꺼낸 건 기후 조절 장치가 부서지긴 했지만, 그 기술은 여전히 남아 있고 이를 통제하지는 못하겠지만 대지 전역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방식을 그들이 이제서야 사용했다는 걸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기후 조절 장치에서 활용한 방식을 이용해 치명적인 마력 폭풍이 일어날 테고 곧 이 대지 위의 모든 유기체들은 돌이 되어버릴 겁니다."

 

"돌?"

 

"마력을 이용한 변화마법을 기후 변환 방식에 사용했던 방법을 통해 지역 단위로 살포해 냅니다. 물론 모든 탑들이 무너졌으니 그 변화의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통제 자체도 할 수 없게 되었죠."

 

"위험성은?"

 

"처음엔 마력에 의한 반응성이 뛰어난 사람에게 먼저 발현되겠지만 결국은 모두에게 적용될 겁니다. 아시다시피 그림자의 숲에서 활용하고 있는 병사와 전력은 대부분 소환된 마력 생물체이고 마법 사용자들도 어느 정도의 보호 마법을 통해 심각한 수준까지 이 질병 같은 마법이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조차도 소용이 없겠지요."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난 이 일을 하기 전에 기후 조절 방식에 대한 연구를 해왔고 그 마법을 그림자의 숲에게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었습니다. 물론 왕실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았지만"

 

아멜리에가 손바닥으로 탁자를 살짝 쓸어내자 가벼운 가루들이 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 동료들은 끝까지 이 방식을 반대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기후 조절 방식의 기초를 알게 되자 관련된 모든 마법사들을 죽였습니다. 혹시라도 왕실에서 이 마법을 역설계해 멈추는 방법을 풀어내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그 마법을 역설계 할 수 있는 마법사는 몇이나 되나?"

 

"한 명입니다."

"어디에 있지?"

 

"여기"

 

"방법은?"

 

"안전을 보장해주면"

 

"알겠네. 우리 역시 이 버려진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조사하고 있는 감찰관이자 이곳으로 파견된 고귀한 자의 원정대를 지원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네. 자네도 알겠지만, 이곳에서 나타나는 불사자들의 숫자는 어마어마 하네 그래서 왕실까지는 그대를 호송할 수 없네. 하지만 이 근방에 있는 성채까진 자네를 지켜줄 수 있지. 그곳은 요새화가 되어 있어 안전한 곳이고 이 사태가 보고되고 나서 자네가 필요한 여러 자원을 지원할 수 있을걸세."

 

 

그녀는 항상 그게 불만이었다.

 

스승에게도 그리고 그들에게도 그들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걸 미래라 오판했다.

 

그림자의 숲은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왕국이 무너뜨린 기후 조절 장치를 복원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럼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이제는 없는 스승도 어떤 희생을 통해 모두를 구하겠다 했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데 스러져가는 존재들의 고통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는지 이제는 안다.

 

그들은 두려움을 숨기고 있었고 용기를 강요했다. 하지만 용기는 두려움이 있을 때 나오는 감정이 아닌가?

 

아멜리에는 이제 안다. 왕실은 여전히 그들의 권력다툼으로 이곳을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기후 조절 장치는 복원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그녀는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