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집 <남겨진 사람들>의 유형별 소개 글
이 글은 시나리오 집 <남겨진 사람들>의 시스템인 유형에 맞춰 구성된 캐릭터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시스템상에서 어떤 정형화된 인물상을 제시하고 있진 않지만, 규칙이 의도한바 해석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남겨진 사람들>의 세계관과 시스템인 유형이 주는 인물상의 해석 여부를 확대해서 재구성했습니다.
이는 캐릭터의 기준을 세우려는 시도가 아니라 유형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한 하나의 예시입니다.
총 네 개의 이야기로 소개될 이 이야기는
시나리오 집 <남겨진 사람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예시로서 참고가 되고
펼치고 싶은 이야기를 확장하는 데 흥미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네 번째 - 희생자
난 너를 정말 좋아하니 이 이야기를 먼저 해주지
가장 나약한 자들이나 슬픔이나 분노, 좌절을 드러낸다네
어둠 속에서 어떤 형상을 갖추지도 못한 검은 덩어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혼자 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사람들과 함께 일 때, 석양이 지고 해가 다시 떠오를 때
그리고 추악한 인간들의 속내 속에서
더욱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그건 왕의 목소리이자 거렁뱅이의 중얼거림이었고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체는 알 수 없는 자의 속삭임이었다.
희생자라.
모두 자신을 희생자라 생각하지. 너 역시도 그래왔잖나.
매일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들이 이리저리 떠밀려 결국 성채로 밀려오는 모습이 목소리를 깨웠고
나는 높은 탑 위에서 목소리와 함께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오늘은 그 목소리가 더 커진 날이었다.
전쟁통에 모든 걸 잃은 난민에서부터
모든 걸 다 짊어진 용의 자손들까지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희생자는 돈 때문에 먼 바다를 건너온 장사꾼들에게도 있고
부서진 수레 마차을 약탈하는 피난민이자 도적놈들 속에도 있지 않나.
하지만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지
그들은 모두 자신을 이 일과 무관하다 말해도
모두가 책임이 있고, 연결되어 있다는 걸 말이야.
바로 탐욕에 대한 책임이지.
나는 사람들이 네게 지탄하듯이 말하는 탐욕이
오히려 너를 무지와 폭력 속에서 지켜줬다는 걸 잘 알아.
모두가 시궁창에서 허우적될 때
그래서 너는 그들을 탑 위에 서서 비웃을 수 있었어.
넌 이미 이해하고 있던 거야.
탐욕을 손가락질하는 그들에게도 이미 욕심은 뿌리내려져 있고
그걸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으니 진흙 바닥에 처박혀
욕이나 할 뿐이라는 걸
난 그래서 네가 마음에 들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음에도 넌 사람들을 쌓아 이곳까지 올라왔지
네가 서 있는 이 탑이야말로
바보들을 쌓아 만든 너 그 자체라 할 수 있어.
모두가 그렇게 자신을 희생자라고 받아들였지만
넌 희생자임에도 이를 거부했지.
그래.
너야말로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 자질이 있고
선택하는 자는 이제 그들이 아니라 네가 될 거야.